우주와 의식의 연결을 탐구한 과학자 데이비드 봄

데이비드 봄 (사진 출처 : 위키백과)

  한국의 영성가들은 영적 성장을 이야기할 때 주로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며, 특히 자신의 경험을 설명할 때 주로 불교 교리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서구권에서는 물리학과 정신과학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져 왔습니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서구의 영성가들은 불교뿐만 아니라 양자역학과 같은 과학적 이론을 비롯해 더 다양한 학문적 기반을 바탕으로 영적 경험을 설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물리학 이론을 잘못 이해하고 자신의 주장과 연관지어 설명하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그래서 서구권의 과학자들의 과학적, 물리적 이론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번에는 과학과 영성을 통합하려는 시도로 유명한 데이비드 봄에 대해서 공유하고자 합니다. 영성에 관한 책에서 영성과 양자역학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데이비드 봄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이론에 대해서 간단하게 공유하고자 합니다.

  데이비드 봄(David Bohm, 1917-1992)은 양자물리학자이자 철학자로, 그의 연구는 물리학뿐만 아니라 의식 연구, 철학, 그리고 우주의 본질에 대한 탐구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는 헝가리계 유대인 아버지와 리투아니아계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에서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지도를 받아 졸업하였으며, 전후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아인슈타인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공산주의 관련 단체에 연루되어, 갖은 고초를 겪고 살아야 했고, 브라질로 추방당해 이스라엘을 거쳐 결국 영국에 정착하여 브리스톨 대학과 런던 대학교 버크벡 칼리지의 이론 물리학 교수로 활동했습니다. 

봄은 자연과학 분야뿐 아니라 심리학, 종교학 등 여러 학문에 영향을 미쳤으며 인도의 철학자 지두 크리슈나무르티와 달라이 라마와도 교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과학적 이론과 주장은 불교의 이치와도 닿아있습니다. 봄은 전통적인 과학적 패러다임을 넘어선 홀로그램적 우주, 암묵적 질서(implicate order), 그리고 양자 잠재성 등의 개념으로 유명합니다. 그의 이론은 과학과 철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우주와 의식, 그리고 물질의 근본적인 상호작용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1. 암묵적 질서와 명시적 질서

  데이비드 봄의 핵심 이론 중 하나는 암묵적 질서(implicate order)와 명시적 질서(explicate order)라는 개념입니다. 그는 이 두 질서가 우주의 모든 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암묵적 질서(implicate order): 봄은 우리가 경험하는 물리적 세계가 일종의 ’명시적 질서(explicate order)’라고 보고, 이 명시적 질서 뒤에는 더 깊은 차원의 ‘암묵적 질서’가 존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암묵적 질서는 우리가 눈으로 보거나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잠재적인 가능성과 연결된 차원으로, 우주 전체의 모든 것들이 서로 얽혀 있으며 상호작용한다고 봅니다. 이 질서에서는 공간과 시간의 개념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적용되지 않고, 모든 것들이 하나의 거대한 연속체로 존재한다고 설명됩니다.

• 명시적 질서(explicate order):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물리적 현실은 명시적 질서에 속합니다. 이는 감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물리적 세계로, 고전 물리학에서 설명하는 일상적인 현상들을 포함합니다. 봄은 이 명시적 질서가 암묵적 질서에서 “펼쳐진 것”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 즉, 우리가 보고 경험하는 물리적 현실은 더 깊은 차원에서 나온 일부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개념은 물질과 의식, 그리고 우주의 근본적인 본질을 설명하는 데 새로운 관점을 제공합니다. 봄은 모든 것이 암묵적 질서에서 나와서 명시적 질서로 펼쳐지며, 다시 암묵적 질서로 돌아간다는 순환적 과정을 제시했습니다.

2. 홀로그램적 우주

봄의 또 다른 중요한 개념은 홀로그램적 우주론입니다. 그는 우주의 본질을 홀로그램에 비유하며, 우주의 모든 부분이 전체를 담고 있다는 생각을 발전시켰습니다.

• 홀로그램의 원리: 홀로그램은 한 부분을 보면 전체의 정보를 담고 있는 이미지로, 그 작은 부분 안에 전체가 반영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봄은 우주가 이와 유사하게 작동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우주의 한 부분을 보면 그 부분이 전체 우주의 정보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우주가 단지 국소적이고 분리된 개체들의 집합이 아니라,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전체라는 생각을 강조합니다.

• 우주의 상호연결성: 봄은 모든 물리적 현상과 의식이 본질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국소적 사건들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더 큰 전체의 일부로서 상호작용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양자 물리학에서 발견된 비국소성(non-locality)의 개념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에서 나타나는 현상처럼,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입자들이 즉각적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처럼, 우주의 모든 부분은 보이지 않는 차원에서 상호작용하며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3. 양자 잠재성과 의식

  봄은 양자물리학을 통해 물리적 세계뿐만 아니라 의식의 문제를 탐구했습니다. 그는 물리적 현실과 의식이 서로 독립된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보았습니다.

• 양자 잠재성(quantum potential): 봄은 양자 역학의 확률적 성격을 설명하기 위해 “양자 잠재성”이라는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그는 입자의 위치나 운동이 외부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 내에 있는 잠재성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잠재성은 입자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나타나며, 우주 전체의 상호연결성을 반영한다고 보았습니다.

• 의식과 물질의 통합적 관점: 봄은 의식과 물질이 두 개의 별개의 현상이 아니라, 더 깊은 차원에서 하나의 통합된 실체의 다른 측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의식 역시 물질과 같은 방식으로 암묵적 질서에서 나오며, 물질적 세계와 상호작용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의식과 물질은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하는 전체적인 시스템의 일부라는 것입니다.

4. 대화와 상호작용

  봄은 개인 간의 대화(dialogue)가 진정한 이해와 상호작용을 위한 중요한 도구라고 여겼습니다. 그는 대화가 서로 다른 사람들의 사고와 관점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통찰과 이해를 창출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고 믿었습니다. 국내에서 그의 책 ‘대화란 무엇인가’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 대화의 중요성: 봄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관점을 열린 마음으로 교환할 때, 개인의 의식뿐만 아니라 집단의 의식이 진화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의 대화 이론은 표면적인 논의에서 벗어나 더 깊은 수준의 통찰과 연결을 추구하며,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5. 봄의 철학적 유산

  데이비드 봄의 이론은 물리학뿐만 아니라 철학, 심리학, 그리고 의식 연구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의 사상은 전통적인 이원론(물질과 의식의 분리)을 넘어, 더 통합적인 세계관을 제공했습니다.

• 양자 물리학과 철학의 통합: 봄의 연구는 양자 물리학에서 발견된 이상한 현상들을 철학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우주와 의식의 본질을 설명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과학적 탐구를 넘어서, 존재와 현실에 대한 심오한 질문들을 제기하게 만들었습니다.

• 전체론적 세계관: 봄의 이론은 세계를 분리된 개체들의 집합으로 보는 관점을 넘어서, 모든 것이 하나의 거대한 상호연결된 전체라는 사고방식을 촉진했습니다. 이는 현대의 의식 연구나 생태학적 사고, 심리학적 통합적 치료법 등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데이비드 봄은 물리학자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상은 단순히 물리적 세계를 넘어서 인간의 의식, 존재, 우주의 본질에 대한 깊은 철학적 통찰을 제공합니다. 그의 이론은 과학과 철학, 그리고 의식 연구를 통합하는 데 기여했으며, 그가 제시한 상호연결성과 암묵적 질서의 개념은 여전히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